친정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누워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잠만 자고 오곤 했었다. 결혼하고 난 이후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잠 잘 시간이 줄어 들었다는 것과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온전히 쉴 수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 여전히 엄마가 해준 밥을 먹으며 뒹굴뒹굴 하다가 집에 오게 된다. 엄마 또한 시댁에서 일하다가 왔을 텐데 집에서는 쉬라며...“아무것도 할 것 없다.”가 입에 붙으셨다. 결혼 전에는 그냥 당연시 여겼던 일들이 결혼을 하고 보니 마음이 그렇지가 않았다. 시댁에서는 어머님이 뭔가를 하고 계시면 괜히 마음이 편치 않아 잠시도 누워있기가 쉽지 않은데...막상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고 있을려니 마음이 불편하였다. 불편하였다기 보다는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이번 명절연휴에는 농사일도 하시고 집안일까지 하시느라 바쁘신 엄마를 위해서 점심 한끼는 내가 준비해 보았다.^^

  명절음식으로 매콤하고 짭쪼름한 음식이 당기던 차에 집에 있는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이용하여 김치찜을 해보았다. 특별한 요리방법이 필요 없고 실패할 확률이 적은 요리!

  먼저 집에 있는 돼지고기 전지를 덩어리로 잘라 칼집을 넣어주었다. 그리고 잡내를 잡아주기 위해 월계수잎을 넣고 한번 끓여서 물을 버려주었다. 이때 돼지고기 주변에 기름은 아니지만 찌꺼기처럼 붙어 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함께 깨끗이 씻어준다. 그래야 김치찜이 깔끔하여 보기에도 좋다. 이후 다시 냄비에 물을 붓고 고기를 넣고 이번에는 묵은지도 한포기 올려준다. 그리고 이대로 30~40분 정도를 푹 끓여주었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김치 국물을 한 국자 정도 넣어 간을 맞춰주었다. 고기를 칼로 찍어 보았을 때 핏물이 나지 않으면 다 익었다고 보아도 된다. 고기가 다 익고 나서 식초를 한 스푼 정도 넣어주면 조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함께 넣어주면 감칠맛이 나며 좀 더 풍부한 맛이 난다. 그리고 이때 썰어두었던 파를 올려주는데 하얀줄기 부분은 단맛이 나고 파란부분은 매콤한 맛이 난다. 이번에는 파란 부분 위주로 듬뿍 올려주었다.

 모두 조금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김치찜 냄새를 맡고 주방으로 몰려왔다.

  고기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접시 아래에 깔아주고 묵은지는 뭉텅뭉텅 잘라서 고기위에 올려주었다. 김치가 맛이 좋아 국물이 시원하고 아주 맛있었다.


  묵은지김치찜이 완성되고 나니 아빠를 따라서 산에 갔던 동동님이 내려왔다. 마을 뒷산에 송이 버섯이 나는 철이라 아빠와 산책삼아 다녀온 신랑은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했지만 영지버섯을 따왔다며 좋아했다. 내 손바닥 보다 작은 버섯머리를 헹주로 머리부분을 살살닦아 사진을 찍어보았다.나무보다는 조금 덜 딱딱하고 버섯이라고 하기에는 딱딱한 신기한 버섯이였다.

  배가 한참 고플때여서 인지 몰라도 모두 맛있게 먹어주었다. 고기를 자를 때 2근이 조금 안되어 보이는 양이였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아주 조금! 한사람이 한번 먹을 수 있는 양 밖에 남지 않았다.^^;다행이 엄마, 아빠, 할머니 모두 입맛에 잘 맞으셨나 보다. 덤으로 동생내외까지...집에서도 종종 해줬으면 좋겠다는 동동님은 투정 아닌 투정도 부리고 말이다.

  김장하기 전 인 딱 지금 이 시기에 묵은지김치찜은 잘 맞는 요리인 것 같다. 일년동안 김치를 작은 통으로 2통 정도 밖에 먹지 않는 우리는 보통 이 시기에 김치찜으로 1통은 먹어 치운다. 다음에는 우리 동동님이 좋아하는 뼈다귀를 사서 김치찜을 해 먹어야겠다.^^ 

  앞으로 친정에 오기 전에는 엄마 아빠를 위한 요리 한 가지 정도씩은 준비해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실천이 쉽지는 않겠지만...동동님과 함께 고민을 해봐야겠다.^^

+ Recent posts